아이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항상 고민되는 선택이 바로 유럽이냐 동남아냐 하는 것이다.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 스위스부터 태국, 베트남까지 다양한 곳을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비교를 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자"며 동남아로 갔는데, 이제는 각각이 주는 다른 매력을 알게 돼서 선택의 기준이 생겼다.

1. 비행시간과 접근성 비교
가장 현실적인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동남아는 확실히 아이들과 여행하기에 부담이 적다. 태국이나 베트남은 5-6시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도 6-7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우리 막내가 5살일 때 처음 베트남에 갔는데, "언제 도착해?"라고 몇 번 물어보다가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벌써 착륙 준비 방송이 나왔다. 아이들이 지치기 전에 도착해서 현지에서도 컨디션이 좋았다.
반면 유럽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파리까지 12시간, 런던까지 1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아이들에게는 정말 긴 시간이다. 스위스 갔을 때는 환승까지 포함해서 15시간 넘게 걸렸는데, 8살 아들이 "아직도 안 도착해?"라며 힘들어했다.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 알프스 산맥을 본 순간 그 모든 피로가 한 번에 날아갔다. "이래서 멀리 온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접근성 면에서는 동남아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직항편도 많고 항공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비행시간이 짧은 동남아가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긴 비행시간을 견딜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좋겠다.
시차 적응도 중요한 포인트다. 동남아는 시차가 1-2시간 정도라 거의 부담이 없지만, 유럽은 6-8시간 차이가 나서 적응하는 데 며칠 걸린다. 특히 아이들은 시차 적응이 어른보다 더 힘들어해서 첫 2-3일은 컨디션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2. 여행 예산과 현지 물가
솔직히 말하면 예산 차이는 정말 크다. 동남아는 항공료부터 현지 물가까지 모든 면에서 저렴하다. 태국 여행 때 가족 4명이 일주일 동안 숙박, 식비, 관광비 포함해서 300만원 정도 썼는데, 정말 풍성하게 즐겼다. 현지 식당에서 한 끼에 만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마사지나 스파 같은 특별한 체험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베트남에서는 더 저렴했다. 아이들이 "여기서는 뭐든 다 살 수 있겠다"라고 할 정도였다.
호텔도 가성비가 훌륭하다. 수영장 딸린 리조트에서 하루에 10만원대면 묵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호텔에서만 놀아도 충분할 정도다. 특히 풀빌라 같은 럭셔리한 숙소도 유럽에 비하면 정말 저렴해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기 좋다.
반면 유럽은 정말 비싸다. 스위스 여행할 때는 햄버거 세트 하나가 3만원이었다. 파리에서도 간단한 식사가 한국의 고급 레스토랑 수준이라 식비만으로도 부담이 컸다. 숙박비도 만만치 않아서 가족 4명이 일주일 유럽 여행하면 700-80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퀄리티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가치가 있다.
특히 박물관이나 관광지 입장료도 유럽이 훨씬 비싸다. 루브르 박물관 가족 입장료만 10만원 넘게 나왔는데, 동남아에서는 같은 돈으로 하루 종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유럽은 시티 패스나 박물관 패스 같은 할인 혜택이 잘 갖춰져 있어서 미리 계획을 세우면 비용을 어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마트에서 간단한 식재료를 사서 호텔에서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날씨와 최적 여행 시기
날씨는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동남아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언제 가도 수영장이나 해변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국 갔을 때도 12월인데 아이들이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놀았다. 다만 우기철에는 갑작스런 스콜 때문에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 호이안 투어하는 날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계획을 바꿔야 했던 경험이 있다.
습도가 높은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자주 갈아입혀야 하고, 모기 때문에 벌레 물린 데 신경 써야 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야외 활동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유럽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여름에 간 스위스는 정말 완벽했다. 날씨도 쾌적하고 꽃들이 만발해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파리도 6월에 가니 해가 밤 9시까지 떠 있어서 관광하기 좋았다. 아이들도 덥지 않아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았다.
겨울 유럽도 특별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눈 덮인 알프스는 동화 속 세상 같아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다만 날씨가 추워서 야외 활동에는 제약이 있고, 옷도 많이 챙겨야 한다.
유럽의 가장 큰 장점은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공기가 정말 맑아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유럽 여행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남아는 부담 없이 자주 갈 수 있는 가성비 여행지이고, 유럽은 비용은 들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을 주는 곳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리고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동남아부터 시작해서 해외여행에 익숙해진 다음 유럽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곳 모두 가족여행지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에서는 여유로운 휴식과 이국적인 문화를, 유럽에서는 역사와 예술, 그리고 웅장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가족의 상황과 아이들의 나이, 그리고 여행의 목적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