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동남아나 일본처럼 가까운 곳도 아니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지만 지난 2년간 스위스, 프랑스, 핀란드를 차례로 다녀온 후 확신이 생겼다. 유럽은 아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라는 것을. 각 나라마다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어서 선택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가족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비교를 해보려고 한다.
1. 동화 속 같은 풍경과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체험
스위스는 말 그대로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융프라우에서 보는 설경은 7살 아들이 "엄마, 엘사가 살 것 같아!"라고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인터라켄에서 탄 케이블카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루체른의 카펠교에서 백조들에게 빵을 주는 체험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고, 마테호른 근처 체르마트에서는 기차만 봐도 신기해했다. 다만 고산지대라 날씨 변화가 심해서 아이들 옷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프랑스는 역시 파리가 메인이다. 에펠탑은 직접 봐야 그 웅장함을 알 수 있는데, 아이들이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너무 클까 봐 걱정했는데, 미리 아이들에게 모나리자와 비너스상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보물찾기하듯 재미있어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는 마치 공주와 왕자가 된 것처럼 뛰어다니며 놀았고, 센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파리 야경은 온 가족이 함께 "우와~"하고 감탄했던 순간이었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이들 천국이었다.
핀란드는 겨울에 가야 진가를 발휘한다. 로바니에미에서 만난 진짜 산타마을은 아이들에게는 꿈같은 곳이었다. 산타클로스와 직접 만나서 사진을 찍고, 썰매개들과 함께 썰매를 타는 체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리고 오로라!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서 본 오로라는 정말 신비로웠다. 11살 딸이 "이게 진짜야?"라고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였다. 이글루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추울 수 있으니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2. 여행 편의성과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
편의성 면에서는 프랑스가 가장 좋다. 파리 지하철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체계적이고, 대부분의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유모차 끌고 다니기도 편하다. 박물관이나 관광지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음식도 빵이나 치즈 같은 것들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서 걱정보다는 쉬웠다.
스위스는 교통이 정말 완벽하다. 기차가 정시에 오고, 모든 교통수단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어디든 영어가 통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호텔들도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물가가 비싸서 아이들 간식이나 식사비는 미리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핀란드는 헬싱키 시내는 편리하지만, 라플란드 지역은 렌터카나 투어를 이용해야 해서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투어 가이드들이 아이들을 정말 잘 챙겨줘서 안심이 됐다. 특히 산타마을 투어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진행되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만 겨울 여행이라 옷이 많이 필요하고, 일조시간이 짧아서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3. 여행 비용과 최적의 여행 시기
비용 면에서는 현실적으로 모두 비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특히 파리는 숙박이나 식비가 다른 두 나라보다 저렴한 편이고, 박물관 패스를 이용하면 입장료도 절약할 수 있다. 마트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피크닉하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비용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스위스는 정말 비싸다. 햄버거 세트가 우리나라 호텔 뷔페 가격 정도 된다. 하지만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면 대부분의 교통비와 입장료가 포함되어서 생각보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는 겨울 시즌(12월-2월)이 가장 좋지만 그만큼 비용도 높다. 특히 라플란드 지역의 숙박비는 정말 비싸다. 하지만 오로라와 산타마을 체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여행 시기로는 프랑스는 4-6월이나 9-10월이 좋고, 스위스는 7-8월 여름이 최적이다. 핀란드는 오로라를 보려면 12-2월, 백야를 경험하려면 6-7월이 좋다. 아이들 학기 중이라면 방학 시즌을 노려야 하는데,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세 나라 모두 각각의 특별함이 있어서 선택하기 어렵지만, 굳이 순서를 매기자면 처음 유럽 여행이라면 프랑스를, 자연과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스위스를, 겨울 동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핀란드를 추천한다.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유럽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은 정말 넓구나"라고 느끼고, "나도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라고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 여행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교육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준비는 번거롭고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유럽 가족여행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