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어느 도시를 선택할지다. 비행시간도 길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지난 몇 년간 LA, 올랜도, 시애틀을 차례로 다녀본 후 확신이 생겼다. 각 도시마다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어서 선택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어느 곳을 가도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긴 비행시간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특별한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 꿈과 모험이 가득한 각 도시의 대표 명소
LA는 역시 디즈니랜드가 압권이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와 함께 이틀을 꼬박 보내도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특히 카스 랜드의 라디에이터 스프링스 레이서는 8살 아들이 "이거 진짜야?"라고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로 실감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는 해리포터 구역이 정말 영화 속 그대로였고, 스튜디오 투어에서 실제 영화 촬영장을 보는 건 어른인 나도 신기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별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본 LA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올랜도는 말 그대로 테마파크의 성지다. 월트 디즈니 월드의 매직 킹덤은 LA 디즈니랜드보다 훨씬 크고 웅장해서 아이들이 완전히 압도당했다. 엡콧의 각국 파빌리온에서는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애니멀 킹덤의 아바타 랜드는 정말 판도라 행성에 온 것 같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다이애건 앨리는 해리포터 팬인 딸아이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아일랜즈 오브 어드벤처의 킹콩이나 쥬라기 월드는 스릴을 좋아하는 큰 아이들에게 최고다. 다만 파크가 너무 커서 하루에 다 보기 어렵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시애틀은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 같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다본 시애틀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고, 근처 치훌리 정원의 유리 조각상들은 아이들이 "이게 진짜 유리야?"라고 신기해할 정도로 화려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생선 던지는 퍼포먼스를 보고 아이들이 깔깔거렸고, 지하에서 찾은 첫 번째 스타벅스는 커피를 못 마시는 아이들도 흥미로워했다. 워싱턴대학교 캠퍼스는 미국 대학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았고, 퓨젯 사운드에서 본 일몰은 정말 로맨틱했다. 보잉 공장 투어는 비행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2. 가족여행을 위한 교통과 숙박 인프라
교통 편의성 면에서는 LA가 가장 어려웠다. 렌터카가 거의 필수인데, 처음 미국에서 운전하기에는 프리웨이가 복잡하고 교통량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주요 관광지마다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고, 한번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우버나 리프트도 많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카시트 문제 때문에 렌터카가 편하다.
올랜도는 디즈니나 유니버설 리조트에 머물면 교통 걱정이 없다. 각 파크로 가는 셔틀버스나 모노레일이 잘 운영되고, 파크 간 이동도 편리하다. 디즈니 리조트 내에서는 매지컬 익스프레스로 공항 픽업까지 해주니까 정말 편했다. 다만 리조트 밖으로 나가려면 렌터카가 필요하다. 올랜도는 관광도시라 렌터카 업체도 많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다.
시애틀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렌터카 없이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 링크 라이트레일로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바로 갈 수 있고, 시내버스나 스트리트카로 주요 관광지는 모두 접근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페리를 타고 베인브리지 아일랜드에 가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이었다.
숙박 시설로는 올랜도의 디즈니 리조트가 단연 최고다. 방에서부터 디즈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캐릭터 다이닝이나 특별한 서비스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LA는 아나하임이나 할리우드 지역에 가족 친화적인 호텔들이 많고, 시애틀은 다운타운 지역의 호텔들이 깔끔하고 위치가 좋다.
3. 여행 비용과 각 도시만의 특별한 매력
비용 면에서는 세 도시 모두 만만치 않다. 올랜도가 숙박과 식비를 포함해서 가장 비싸다. 디즈니 리조트에 머물면서 파크 티켓까지 구매하면 정말 큰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파크 내 음식값도 비싸지만, 캐릭터 다이닝 같은 특별한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
LA는 숙박비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디즈니랜드 근처나 할리우드는 비싸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머물면서 렌터카로 이동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음식은 한인타운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 입맛에도 잘 맞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시애틀은 세 도시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경제적이다. 스타벅스 본점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도 다른 도시보다 저렴하다.
각 도시만의 특별함을 말하자면, LA는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답게 화려하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다. 실제 영화 촬영장을 보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올랜도는 순수한 꿈과 판타지의 세계다. 아이들이 진짜 마법의 세계에 온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애틀은 자연과 도시가 조화된 아름다운 곳이다. 커피 문화와 음악, 그리고 태평양의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곳이다.
세 도시 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가족의 취향과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디즈니를 좋아하고 판타지를 즐긴다면 올랜도를, 영화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다면 LA를,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시애틀을 추천한다.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꿈을 키워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다. 특히 미국은 스케일이 다르다 보니 아이들이 "세상이 이렇게 넓구나"라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여기서 공부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이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는 확신이 든다. 준비는 번거롭고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가족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