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동남아 3개국을 놓고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비행시간도 적당하고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에서 과연 어디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좋을까? 직접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비교해보려 한다.
1.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 관광지
태국은 확실히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 방콕의 사파리 월드에서는 기린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이 가능하고, 파타야의 언더워터 월드는 8살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특히 푸켓의 스플래시 정글 워터파크는 성인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다만 태국은 워낙 유명해서 어디를 가나 관광객이 많아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베트남은 의외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호치민의 사이공 스카이덱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아이들이 "와~"하고 감탄했던 순간이었고, 하롱베이 크루즈는 조금 지루할 줄 알았는데 동굴 탐험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길거리 음식 체험이 특별했다. 아이들이 쌀국수를 후루룩 소리내며 먹는 모습이 현지인들에게도 귀여움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압권이다. 아이들이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보며 신기해했고, 스카이브리지에서 찍은 사진은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다. 겐팅 하이랜드의 스카이월드 테마파크는 날씨가 시원해서 좋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막내가 무서워해서 조금 힘들었다.
2. 안전성과 편의시설
안전성 면에서는 말레이시아가 1위다. 영어가 공용어라 의사소통이 편하고, 의료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도 안심이다. 실제로 둘째가 배탈이 났을 때 호텔 직원이 바로 근처 병원을 안내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
태국은 관광 인프라가 가장 발달되어 있어 어디든 한국어 안내가 있고,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정보를 얻기 쉽다. 다만 교통이 복잡해서 아이들과 함께 이동할 때는 조금 주의가 필요하다. 툭툭이나 소이를 이용할 때는 미리 요금을 확실히 정하고 타는 게 좋다.
베트남은 최근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교통 상황이 복잡하다. 호치민 시내의 오토바이 물결은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하지만, 실제로 길을 건널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아이들에게 유독 친절해서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
3. 여행 비용과 접근성
비용 면에서는 베트남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같은 예산으로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넉넉하게 여행할 수 있다. 특히 음식값이 정말 저렴해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마음껏 시켜줄 수 있었다. 한 끼에 만원이면 가족 4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태국은 중간 정도의 비용이다. 관광지는 조금 비싸지만 로컬 식당이나 시장에서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적당히 조절하면 괜찮다. 다만 아이들용 액티비티나 테마파크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싸다.
말레이시아는 세 나라 중 가장 비싸지만, 그만큼 시설이 좋고 서비스 수준이 높다. 특히 호텔의 키즈 클럽이나 수영장 시설은 정말 훌륭해서 아이들이 호텔에서만 놀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비행시간은 세 나라 모두 비슷하지만, 직항편 수는 태국이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 베트남 순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직항편이 확실히 편하다.
결론적으로 첫 동남아 여행이라면 태국을, 예산을 절약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베트남을,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원한다면 말레이시아를 추천한다. 우리 가족은 결국 세 나라 모두 다녀왔는데, 각각의 매력이 달라서 아이들도 "다음에는 어디 갈까?"하고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연령과 성향, 그리고 가족의 여행 스타일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선택하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은 분명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