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셋이다 보니 해외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고민이 정말 많다. 두 명일 때는 그냥 호텔 트윈룸에 엑스트라 베드 하나 넣으면 됐는데, 세 명이 되니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항공료는 기본 다섯 명분이고, 숙박도 패밀리룸을 찾아야 하고, 식당에서도 테이블 배치부터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자녀 가족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지들을 찾게 됐다.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아이들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모든 수고로움이 보람으로 바뀌는 것 같다.
1. 다자녀 가족을 위한 숙박 시설과 공간 배치
일본은 다자녀 가족에게 정말 친화적이다. 특히 도쿄나 오사카의 패밀리룸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신주쿠 근처 호텔에서 묵었던 패밀리룸은 다다미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바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고, 이층침대까지 있어서 아이들이 "여기 진짜 재미있다!"라고 좋아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료칸이라는 특별한 숙박 옵션이 있다. 가족 5명이 한 방에서 후톤을 깔고 자는 경험은 아이들에게는 캠핑 같은 재미였고, 부모에게는 비용 절약의 효과가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도 패밀리 여행객을 배려한 숙박시설이 많다. 특히 서비스 아파트먼트 형태의 숙소들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고, 간이 주방까지 있어서 정말 편했다. 아이들이 저녁에 떠들어도 옆방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간단한 음식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수영장이 딸린 콘도미니엄에 머물렀을 때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놀면서 숙소에서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괌이나 사이판 같은 리조트 지역은 아예 대가족을 타겟으로 한 숙소들이 많다. 풀빌라나 펜트하우스급 객실에서 가족들만의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이들이 소란스러워도 다른 투숙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괌의 한 리조트에서는 3베드룸 스위트에 머물렀는데, 각자 침실이 있어서 큰 아이들도 만족했다.
반면 유럽은 다자녀 가족에게는 조금 까다로웠다. 대부분의 호텔이 2-3인용 방 위주로 되어 있어서 두 개 방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에서는 커넥팅룸을 예약했는데, 비용이 거의 두 배가 들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파트 전체를 빌려서 더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머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 대가족 이동을 위한 교통 편의성
항공료가 가장 큰 부담이다. 가족 5명이면 성인 2명, 아동 3명이라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온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정말 고마웠다. 에어아시아나 제트스타 같은 항공사를 이용하면 일반 항공사의 절반 가격으로도 갈 수 있어서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다만 기내식이나 수하물은 별도 결제해야 하니까 미리 계산해보고 예약하는 게 좋다.
현지 교통은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일본은 JR 패스가 정말 유용했다. 가족 단위로 구매하면 할인도 되고, 신칸센부터 지하철까지 거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했다. 다만 러시아워에는 대가족이 함께 앉기 어려워서 시간대를 피해서 이동했다. 도쿄에서는 택시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짐이 많거나 아이들이 지쳤을 때 유용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렌터카나 전용 차량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했다. 태국에서는 7인승 밴을 렌트해서 온 가족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짐도 충분히 들어가서 좋았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투어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용 차량을 이용했는데, 기사가 아이들을 정말 잘 챙겨줘서 안심이 됐다.
유럽에서는 유레일 패스를 이용했는데, 가족 단위로 구매하면 할인 혜택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특히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패스가 정말 유용했다. 기차, 버스, 케이블카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이동할 때마다 표를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다만 5명이 모두 앉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리 좌석 예약을 하는 게 좋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도 대가족은 신경 쓸 게 많다. 대중교통은 짐이 많으면 힘들고, 일반 택시는 5명이 모두 탈 수 없어서 보통 공항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편의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3. 아이들 입맛을 고려한 음식 호환성과 현지 적응
세 아이의 입맛이 모두 달라서 음식 선택이 정말 어렵다. 큰 아이는 모험적이고, 둘째는 까다롭고, 막내는 매운 걸 못 먹어서 항상 고민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정말 완벽했다. 라멘, 돈까스, 초밥, 우동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많고, 맛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아이들 메뉴가 따로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 편의점 음식도 품질이 좋아서 간편하게 해결할 때 유용했다.
말레이시아도 음식 호환성이 좋은 편이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음식이 섞여 있어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특히 중국계 음식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의 푸드코트에서는 각자 먹고 싶은 걸 골라서 한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편했다. 할랄 음식이라 돼지고기가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닭고기나 소고기 요리도 충분히 맛있었다.
괌이나 사이판은 미국령이다 보니 서양 음식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한국 음식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현지 음식에 적응 못 하면 한식당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안심이다. 특히 호텔 뷔페는 다양한 음식이 있어서 각자 입맛에 맞는 걸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 동남아시아의 향신료가 강한 음식들은 아이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태국에서는 매운맛을 빼달라고 주문해도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팟타이나 볶음밥 같은 순한 음식 위주로 주문했고, 과일이나 망고 디저트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베트남의 쌀국수는 국물이 깔끔해서 아이들도 잘 먹었다.
식당에서 대가족이 앉을 테이블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리 예약할 때 인원수를 정확히 알려주고, 가능하면 아이들과 함께 간다는 걸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은 서비스가 좋아서 별도 의자나 아이용 식기도 준비해준다.
다자녀 가족 여행은 분명 준비할 게 많고 비용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아이들 모두가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걸 지켜보는 재미는 정말 특별하다. 큰 아이는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둘째는 음식에 호기심을 갖고, 막내는 순수하게 모든 걸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 수고로움이 보람으로 바뀐다.
중요한 건 완벽한 여행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 각자의 특성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계획대로 안 되는 일도 많지만, 그 모든 과정이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이 된다. 다자녀 가족이라고 해서 해외여행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꼼꼼하게 준비하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여행지를 선택한다면 충분히 즐거운 가족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